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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5년, 한 오르가니스트는 그의 하인에게 산에서 악기 소리가 난다는 말을 듣고, 그 곳에 찾아갔다. 그는 여러 개의 목소리, 코넷, 트롬본, 바이올린 등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 보이지 않는 연주자들, 또는 지하의 음악가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당신이 천국의 것이라면, 그 모습을 드러내시오. 그러나 지옥의 것이라면 그 신비한 음악을 멈추시오!”
이는 카를 엥겔 의 1882년 글「에올리안 음악」 에 수록된, 바람에 의해 나타난 현상을 겪은 인물의 이야기이다.
‘오케스트라적 기류 중첩’은 여러 공간과 시간에 별개로 존재하는 기류 패턴이 디지털 기술로 한 곳에 모여 새로운 청각적, 시각적, 그리고 촉각적 상대성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바람의 힘으로 자동으로 연주되었던 고대 악기의
디지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아파라투스들은 청각과 기류 패턴을, 스크린으로 구현되는 가상 정원들은 가상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구현함으로써 시각 패턴을 발생한다.
별개의 시간과 장소에서 도달한 모든 감각 패턴들을, 관람객들은 전시장 공간에서 중첩된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고, 이는 감각이 디지털화된 포스트휴먼의 관점, 다중감각적-다차원적 관점을 상징한다.
작가는 우선 수직으로 네 개의 센서가 배열되어 있는 바람 샘플링 장치를 이용해 서울과 광주 인근의 여러 장소에서 바람 패턴과 사운드를 샘플링하였다. 전시장의 세 개의 아파라투스들은 각기 네대의 풍력 발생 장치가 장착되어
원천 장소의 바람 패턴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 동시에 그것들은 각각 다른 음향합성 알고리즘(피지컬 모델링
신서시스)으로부터 개별적인 소리를 발생하며, 어떤 것은 현악기에 가까운 지속음을, 다른 것은 관악기에 가까운
지속음을, 또 다른 것은 타악기에 가까운 소리를 발생한다. 모든 소리 패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패턴으로 변화하며,각 변화는 대응되는 바람 패턴으로부터 기원한다.
두 대의 스크린 속의 가상 정원들에서는 각각 바람의 세기에 따라 나무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시각화하여, 각 스크린 속에서 그 스크린 양 끝의 아파라투스가 상징하는 두 곳의 바람 패턴이 합쳐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시 공간에서는 세 곳의 패턴이 실제 청각과 촉각의 형태로, 두 곳의 패턴끼리 각각의 가상 공간에서의 시각의
형태로 중첩되는, 다층적 중첩이 일어나게 된다.
이 작품에서의 “중첩”이라는 단어는, 원래의 과학적 의미와는 다른 임의적 단어로써, 미래의 인위적 진화에 의해 감각기관이 확장된 포스트휴먼이 그 자신의 감각을 여러 곳에 분산해놓고 그 여러 개 의 감각 스트림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두뇌가 병렬로 해석하는 상태를 말한다.
미래의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가 디지털화된 인간은 지금과 전혀 다른 미학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마치 지금의 우리가 음 하나를 들을 때와 그 음이 포함된 화성을 들을 때 느낌이 전혀 다르듯이, 지금은 직접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그 다차원적 감각이 주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것에 대해 관람객들과 같이 상상하고 사유해 보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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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 인터뷰 발췌
Q. 이번 레지던시 전체 주제인 ‘바이오필리아, 그 너머’와의 연관성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제가 최근에 흥미롭게 탐구하고 있는 다음번의 인류와 그 인류의 변화된 감각 및 사고라는 주제와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필리아는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 관계란 대부분은 뇌의 기능과 그 한계에서 옵니다.
David Trippette이라는 학자분의 연구중에 예를 들면 우리가 바흐의 음악을 흥미롭게 듣는것은 우리의 두뇌가 3개 이상의 멜로디라인을 구별해서 듣기 힘든 한계 때문이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결국 인간의 뇌와 감각기관의 한계가 어떠한 계기로 변화한다면 그 관계도 다시 설정될 것이며, 더불어 모든 미학적 가치관에도 큰 변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제 작품에서도 바람, 식물 등의 자연이 등장하는데요. 미래의 변화된 인류와 자연간에 어떤 관계가 설정될 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합니다.


